박사과정을 늦게 들어가서 어중간한 나이에 결혼식을 많이 다니는 편이다.
(은퇴 후에는 지인들 자식 결혼식에 또 가게 되겠지)
사건의 시작은 덥고 습한 토요일 강남에서 하는 결혼식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종로 신세계 백화점 스크린에 나오는 IWC 광고를 보게 된 것이다.
평소 명품 시계에 큰 관심이 있지는 않았지만 오늘따라 유독 IWC 신상품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찾던 그런 스타일었달까? (현재는 애플워치를 하고 있다)
알이 크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고 튀지 않으면서 뭔가 고급스러운 그런 스타일.
아파트에 주차를 하고 잠깐동안 IWC 페이지를 염탐하며 내가 봤던 시계를 찾아냈다.
갖고 싶은 욕망이 조금 생겼지만 '이걸 사는건 지금 상황에서 무리야', '내게 또 물욕이 왔구나'
라고 생각하며 아주 빨리 정리할 수 있었다. 사치품에 대한 집착은 생각보다 쉽게 접힌다.
근데 사람에 대해선 그게 안된다.
누구에게 바라는게 있을 때 그게 안된다. 사치품은 쉽게 접히는데 왜 사람은 안되는 걸까?
친구가 나를 이해 해주길 바라거나 회사에서 동료들이 내 뜻대로 해주길 바라는 것, 와이프에게 바라는 것 등등등.
집착과 욕망이 생기고 그걸 대응하는 과정은 다를게 없는데 물건은 되고 사람은 안되는 걸까?
'지금 이 사람에게 이걸 요구하는 건 무리야' '내게 또 번뇌가 찾아왔구나' 이렇게 생각할 순 없었던 걸까?
오히려 물건은 돈주면 살 수 있지만 사람은 더 어려운 존재가 아니던가?
그런데도 사람에게 더 크게 요구하고 집착했던 내 모습이 안타깝다.
생각해보면 누구든 이게 쉽지 않으니 평생을 반성하고 정진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예수님, 공자님, 부처님등과 같이 성인의 반열에 오르지 않는 이상 정말 쉽지 않은 일은 맞는 것 같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집착하고 욕망을 가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나 사람에게선 더욱더 그럴 것이다.
사치품에게 마음을 쉽게 접던 것 처럼.
사람에게도 '무리'임을 깨닫고 욕심을 내려놓도록 해보자.